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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Garden"

전시장소 갤러리 자작나무 전시기간 2017년 3월22일 ~ 2017년 3월28일 전시작가 박민희

심상용(미술사학 박사/미술비평) 

지난 세기 서구 모던 페인팅은 회화의 평면성, 또는 2차원성’이라는 도그마를 향해 치달았다. 이 과정 동안, 3차원 이상의 것들을 끌어들였거나 끌어들일 여지가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제거되거나 추방되었다. 문학적 요소, 사실에 대한 반응, 심리적 배경, 원근법이나 명암법 등을 통한 시각적 효과 … 남은 것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초월로의 나아감도, 삶의 의미에 대한 해석도, 주체의 고백도 없다. 오로지 회화라는 개념적, 물적 기반에 대한 공허한 정의만 댕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되돌아보면 참으로 강령과 지적 아집으로 점철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평면성’이 도그마로 진화하는 과정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이 거창한 예술담론으로 물신화하고 세계화하는 과정은 제국주의의 확장이라는 비극적 역사의 일환이다.

박민희 회화의 담론에 다가서는 우선적인 길은 이 강령화된 평면성의 신화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열린다. 이 세계에 그러한 개념적 집착은 애초부터 부재할 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서 평면으로서의 캔버스는 ‘support’로서의 ‘surface’ 일뿐, 그 이상이 아니다. 평면성은 보존되는 대신 많은 층들로 분화되고 분할된다. 2차원성은 조금도 특권적이지 않은 개방성으로 재정의된다. 표면은 그것에 이르기 이전의 많은 층들에 비해 조금도 특권적이지 않다. 표면은 복수의 이면들의 축적의 산물일 뿐이다. 축적된 이면들 자체가 곧 표면이다. 이는 물리적인 사실인 동시에 시각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박민희의 회화에서 표층은 심층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關門)으로 기능한다. 이 회화론에서 평면은 수호해야 할 궁극의 가치로서의 막힌 벽과 같은 것이 아닌, 삶과 주체를 향해 개방된 지평이다. 그 지평에는 인생의 주석들이 수록되고, 주체로서 ‘나’의 고백이 저장된다. 그 미학적 초점은 캔버스의 표면을 관류해 존재의 심연에까지 가닿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언되어야 할 것은 평면의 2차원적 도그마나 캔버스의 유물론적 실체성이 아니라, 그것이 담아내야 하는 경험하고 자각하는 주체적 살아있음이다. 이것이 박민희의 회화론이다.

    “진정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축적된 나의 내면의 모습이다.”(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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