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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

전시장소 레스빠스71 전시기간 2017년 8월10일 ~ 2017년 8월24일 전시작가 진현미
진    경     
                                                                          진 현 미
어느 날 테이블위에 무심코 구겨서 밀어놓은 영수증의 형상이 거대한 산의 모습으로 보였다. 천천히 펼쳐 들여다보았다. 언제, 어디에 있었고, 무얼 샀고, 이전부터 반복했던 행위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 그런데 그 얇고 가벼운 종이 한 장의 무게감이 갑자기 육중한 삶의 무게로 느껴졌다. 보이는 형태와 그 덩어리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 사이에서 나는 습관으로 모아오던 서랍 속 영수증들의 레이어에 주목했다. 그것 또한 삶의 여러 겹이 압축된 풍경으로 보였다.
이렇게 시작된 <진경>연작은 삶의 습관으로 이루어진 행위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모아놓은 영수증 형상 안에 잠재 되어있는 시각구조를 살피려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작업에 늘 있어왔던 대상을 바라보는 접근방식이다.
이전의 “입체-산수” 작업에서 단순화된 검은 풍경은 일몰의 순간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각각의 풍경들이 검게 물드는 모습은 마치 종이가 먹을 빨아들이는 수묵화를 연상케 했다. 그것은 대상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여 최소화된 풍경을 만드는데 이로써 관람자의 경험에 의한 개별적이고 특수한 주체의 시각을 유도했다. 예컨대 영수증을 통해 삶을 추적했던 시선의 이동처럼 주체가 내부구조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화된 검은 풍경들을 아크릴, 필름, 광확산 필름 등 투명한 소재에 여러 장의 레이어로 공간에 설치하여 산수가 형성되고 관찰자의 시점이동에 따라서 공간의 깊이가 발생한다. 동양의 산수화는 관찰자의 원源(시·공을 초월한 이상형)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하여 다각의 시선이 모두 화면 안에 표현되고 관찰자 개인의 개입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유공간이다. 이것은 “나”의 주체적인 시각과 정서가 작동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입체-산수” 작업을 해오는 과정에서 영수증이라는 지극히 사소한 물건을 통해 삶 속에서 사유 가능한 “진경眞景”, 진짜 풍경에 다가가는 것이 그간 해오던 작업과 연결된다.
결국 삶의 경험으로 층지어진 풍경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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