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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이展 " 재귀하는 자연"

전시장소 갤러리 한옥 전시기간 2017년 11월10일 ~ 2017년11월20일 전시작가

-재귀하는 자연-

일시: 2017.11.10.()~2017.11.20.()

오픈: 2017.11.10.()6pm

장소: 갤러리 한옥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14 tel:02.3673.3426

    

 

                                                 김경이 재귀하는 자연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축축한 면 천위로 모종의 풍경이 자욱하니 풀려나온다. 그것은 물에 흠뻑 젖은 풍경, 혹은 바람이나 안개에 의해 자욱이 눌린 풍경 같기도 하고 더러 시간에 의해 지워지고 세월의 풍화를 고스란히 겪어낸 어느 자연의 한 자락이 얼핏 감지된다. 희미한 단서 같기도 하고 겨우 살아남은 흔적이기도 하면서 아련하기만 한, 간신히 우리 눈에 가시적 존재로 살아남은 애틋한 자취 같기만도 하다. 그것은 보임과 사라지는 경계에서 흔들린다. 통상 그림은 망막에 호소하는 결정적 이미지를 안겨주지만 이 그림은 확고한 결정성을 흔들면서 지워지고 씻기고 사라지는 자취를 겨우 응고시킨 화면을 안긴다. 물에 머금은 면 천위로 조심스레 붓질과 색채가 퍼지고 스며들어서 자연스레 압착된 결과가 홀연 어떤 풍경의 자리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아마도 작가의 추억 속에 잠긴 기억의 장소를 호명하는 그림이기에 그럴까? 아니면 사라지는 시간의 흐름 아래 얼핏 스치는 풍경의 자락을 겨우 건져내려는 시도일까?

 

동양의 산수화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는 공간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기가 감도는 분위기 속에 여러 자연의 사물들을 종속시킴으로서, 자연의 숭고미를 강조하고 그를 통해 모종의 종교적인 황홀경(초월성)을 만들어 내려는 의도가 있는가 하면 이른바 풍경의 숨결()과 율동()과 상호조응()으로 마음이 가득하게 되는 한 순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때 붓의 놀림은 자연의 율동에 대응하고, 그려지는 그림은 우주에 울려 퍼지는 화음들을 쫓는 것이 된다. 그러니 산수화는 시각적 인상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이 작가의 심리작용에 개입한 결과를 창조해 내는 것이 된다. 그리고 이는 사라지는 순간을 포착하여 고착시키고, 기억을 보존하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산수화가 지닌 본질적인 의미의 하나는 바로 경험한 자연의 기억 속에 남은 장면들을 상기하는 즐거움에도 있었다.

 

김경이의 그림 속에는 희미한 형태로 자연의 이미지가 놓여있다. 그 자연 역시 산수화가 담고 있는 풍경의 숨결이 흐르고 있고 우주의 화음이 흐르는 듯하다. 아니 그것을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더불어 자연에 대한 추억의 장면, 절실한 기억의 자취를 안쓰럽게 길어 올리고자 했을 것이다. 그로인해 화면에는 나무와 풀, 새와 짐승, 그리고 덧붙여 축대 등 인위적인 구조물과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하늘과 땅, 사물과 사물이 경계는 희박하고 모호하다. 공간은 모종의 기운으로 한껏 적셔져 있고 시간과 계절의 속성, 햇살과 바람과 안개 등의 기후적 요소들이 힘껏 개입되어 있는 형국으로 가득하다. 가시적 존재와 비가시적 존재로 꽉 차있는, 그런 공간이다.

 

김경이는 메리야스나 면천 위에 흠뻑 적신 물과 채색, 먹 선을 이용해 나무, 식물이 있는 풍경을 그렸다. 천에 묽어진 물감이 곧바로 스며들게 하는 것이자 화면과 일체화 시키는 방법론에 의한 그림이다. 그것은 화면의 평면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물의 농도와 시간이 그림을 지배하게 한다. 이른바 자연적 조건, 그리고 인위성보다도 우연성에 입각한 그림이라는 얘기다. 먹과 안료의 물리적인 물성과 면천의 표면적인 물성이 서로 얽혀 들어가 이미지를 만들고 상황을 전개시킨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 이전에 무엇보다도 재료의 물리적 속성과 시간, 우연 등이 어우러져 만든 결과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것이 동양화 재료가 갖고 있는 본연의 속성이자 무위내지는 물화하고 부르는 동양미술의 핵심적인 성격에 해당하는 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회화 표면을 지극히 얇게 만들어 이룬 공간에 담묵과 묽은 채색이 깊숙이 스며들어 심연 같은 공간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번짐으로 인해 색채로 환해지는 공간을 열어놓는다. 눅눅하고 축축한 화면은 어렴풋하고 명료하지 않고 온통 희미하게 번지고 퍼지고 스며들어서 선명한 윤곽선이 부재한 상태에서 얼룩으로만 자리하고 그것들이 모여 희박한 이미지이자 사라지기 직전의 이미지, 혹은 기억 속의, 마음속에 얼핏 스쳐지나간 이미지 같은 것을 남겨놓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점경으로 인물의 뒷모습이 박혀있고 화분과 돌담, 축대 등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이 놓여 있다. 작은 화면에 새나 뱀, 고양이 등도 숨듯이 개입되어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풍경과 생명체들이 두루 얽힌 장면이다. 그것은 오늘날 도시의 주변에서, 일상에서 익히 접하는 자연풍경이다. 그 풍경은 자연에 대한 인식과 상념을 부풀어주는 매개이자 이전의 추억으로 간직한 풍경, 무의식의 저간에 깔려있는 원형으로서의 자연 풍경을, 고향의 공간을 문득 건드려주기도 한다. 그것은 단지 지난 시간을 호명하는데 멈추지 않고 과거와 현재의 두 시간이 충돌하면서 서로 다른, 달라진 자연풍경이 겹쳐지고 여기에 안타까운 상실의 감정과 본래의 자연을 상기시켜주는 통로가 된다. 그렇게 작가는 본래의 자연을 떠올려보았다고 한다. 모종의 상실과 안타까움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어준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렇게 작가는 수시로 자신의 삶으로, 가슴으로 돌아오는 자연, 이른바 재귀하는 자연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김경이  金囧怡  Kim Kyung Yi

 

성신여대 동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및 특선

개인전4

국내외그룹전 다수 출품

성신동양화회,한국여성작가회,한국미술협회회원

010-2447-5752

dongilha@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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