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전시· 사업 회원전시

회원전시

숨은 자아 찾기, 소담히 내려앉은 감성 언어

전시장소 G&J 광주.전남 갤러리 전시기간 2018년 3월14일 ~ 2018년 3월20일 전시작가

오픈날짜: 2018.03.14~2018.03.20

장소: G&J 광주.전남 갤러리(인사동)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5-4 인사동마루 본관 3층

전시장전화번호: 02.725.0040

전화번호: 010.5057.1576

 

 

숨은 자아 찾기, 소담히 내려앉은 감성 언어aneshyy%40hanmail.net

 

안현정(예술철학 박사, 미술평론가)

 

김경원의 화면은 흰 여백에 써내려간 서정시를 닮았다. 하얀 백지를 좋아하는 작가의 성정(性情)이 작품 속 대상에 고스란히 녹아내린 탓이다. 계획적인 그림이 아닌 직관적 믿음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 그것은 작가의 숨은 내면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감상자에게 치유와 안식을 제공하는 내밀한 동력이다.

 

의인화된 꽃, 분채로 올려낸 작은 세계

화중왕 모란, 군자를 형상화한 매화, 현대를 견인하는 꽃 장미, 존재감 넘치는 화려한 꽃들을 가운데 작가의 눈을 사로잡은 꽃은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흰색의 야생화였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꽃에 천착했을까. 대학 졸업 후, ‘어머니, 아내등으로 점철된 시간은 작가로서 힘든 시간이었다. 중년과 맞닿은 지점은 잃어버린 세월을 되돌리기 위한 독백 같은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서울보다 낮은 기온의 공기 좋은 곳(동백)으로 이사를 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2006, 이유모를 끌림에 의해 들어간 작은 꽃집에서 작가의 눈길을 잡아 끈 것은 구석진 곳에 내던져진 야생화 형상의 들꽃이었다. 세상을 향해 던져진 자신을 발견한 것처럼, 그때부터 작가는 1인 다역을 해내는 자신과 닮은 작고 흰 야생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화려한 세상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 야생화의 본성을 깨달은 후, 꽃은 작가가 되었고 작가는 꽃이 되었다. 그래서 작품 속 꽃들은 배경보다 두터운 붓질로 표출되면서도 화려한 세상에 물들지 않는 존재감 넘치는 모습으로 빛을 발한다.

 

현실과 맞닿은 이상화된 세계

최근 작업에서는 기존 작업에서 볼 수 없던 두 가지 요소가 가미되었다. 첫째는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꽃이 통일감 있는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의인화된 문인의 시각을 현대화된 음율(새가 시를 읊조리는 느낌)로 표방한 느낌이다. 색감 역시 전통 오방색(五方色)을 현대화시킨 모습으로 재해석 되었다. 공허하고 슬프다는 것은 참고 살아온 인생이었음을 반증한다. 작가는 2014년의 개념화된 <추억의 정원>시리즈에서 지우고 지워내는 작업을 보여준 바 있다. 기존 작업이 슬픈 정서를 녹여냈다면, 현재 작업은 기쁘고 유려하다. 작가는 유년시절 집에 놓여 있던 모란꽃 장신구들과 앞마당에 피어있던 작약의 화려함을 기억해냈다. 하나의 꽃으로 형상화된 작은 꽃의 세계는 견뎌온 세월을 향한 긍정적인 보상을 의미한다. 그래선지 작품은 미세한 부분까지 작가의 마음을 녹여낸다. 들꽃(야생화)에서 매화로, 좀 더 화려한 꽃으로, 앞으로 작가는 삶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꽃의 변화상을 통해 드러낼 것이다.

둘째는 작품 안에 일종의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전치(轉置), 전위)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왕좌(王座)를 떠올리는 화려한 의자 위에 새들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내려앉아 화면 속 꽃의 세계를 바라본다. 화려한 의자가 등장했다는 것은 왕의 귀환과 같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La belle époque)’을 요청하는 동시에, 휴식 같은 여유를 취하고자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인 로트레아몽(Lautréamont)은 꽃··의자 등을 표현한 초현실적 기법에 대해 재봉틀·박쥐·우산과 같은 전혀 관계없는 물체들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듯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낯익은 물체를 일상적인 질서에서 떼어내 이처럼 뜻하지 않은 장소에 놓는 행위, 바로 이러한 우연성은 달리의 시계처럼 우리의 시·공간을 경이와 신비에 가득찬 무의식의 세계로 인도한다. 작가의 마음 속 깊이 잠재해 있던 무의식의 세계를 해방시키는 창구, 의자는 우리에게 다른 삶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탈출구인 셈이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나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작품을 하면서 위안을 받았던 것처럼,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작품 속 의자 안에서 편히 쉬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작가노트 중에서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