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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 20회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 주제 세미나 내용
작성자 우먼아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5-29 18:33    조회 24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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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회 한국화여성작가회 정기전 주제 세미나 내용>

 

이선영 (미술평론가)

 

누구나 전업 예술가를 꿈꾸지만, 남성 작가들 못지않게 여성 작가들 역시 일과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술에 관련되거나 아닌 직업의 세계에서의 공식적인 일은 물론이고, 가정으로 대변되는 사적 영역에 속해 있는 일이 그것이다. 그러한 일의 세계 또한 작업하는 삶과 상호작용하면서 작품에 반영되곤 한다. 그러나 여성들 상당수가 복무하고 있는 사적 영역에서의 일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받을 수 없는 그림자 노동(shadow work) 취급을 받는다. 사적 영역에서의 노동은 공적 노동과 달리 평생 지속된다. 거의 은퇴라는 것이 없다.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인 출산과 육아의 경우 여성으로 하여금 20-30대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공백기로 지나치게 한다. 남성 작가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미술 관련의 공식적인 직업에 여성보다 훨씬 많이 진출해 있으며, 그런 직장이 아니더라도 작가를 이해해 줄 수 있는배우자를 만나서 지원을 받곤 한다. 남성 작가들은 집안일과 화업을 동시에 잘 수행해야 한다는 압력을 여성 작가만큼 받지 않는다. 심지어 부부가 같이 작가라면 여성이 양보해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사회가 점차 합리화되면서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집안일로 대변되는 그림자 노동은 작업하는 삶과 상충되는 영역에 속함은 틀림없다. 더 나아가 예술 또한 무조건 헌신해야 하는 그림자 노동의 영역에 속하고 있다. 이 전시는 두 겹의 그림자 노동 속에서 작업하며 살아왔던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동안 이 그림자 노동의 영역은 각자가 개별적으로 극복하고 넘어가야만 했으며, 그것이 불가능했다면 작업을 포기하거나 짬 날 때만 근근이 작업을 이어가야 하는 삶을 야기했다. 그러나 대체로 이러한 현실적 삶은 억압되기 일쑤였다. 자고로 예술은 자잘한 일상적 삶을 초월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예술은 그렇게 허공에 붕 뜬 삶과 일치될 수 없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화 여성작가회처럼 오랜 연혁을 가진 여성 예술가 그룹은 작업에 몰두하는 삶이라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한걸음에 적극적으로 발언을 할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들이야말로 삶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왔던 이들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미술계에서 여성의 현실을 담아온 작품은 없지는 않다. 그런 기획전도 많았다. 작년 한 해 만 해도 서울대 미술관과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기획전이 열린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의 동어반복 식의 단순 반영이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친 관념적이고 거친 작품들로 양단된 상황은 다수의 여성이 자기의 것으로 삼기 어려운 어떤 문턱을 만든다. 한국화 여성작가회는 자신의 현실로부터 시작되는 문제의식을 적절한 조형적 어법으로 발언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작가들이 다수 포진한 단체이다. 우연찮게도 올해 맞는 20주년은 인간의 삶의 주기로 치면 성년이다. 여성들이 가족을 이루어 자식을 낳고 키워 이제는 여성이 자신의 작업에 올인해도 누가 나무랄 수 없는 상징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제를 가진 전시는 폭이 넓으면서도 강한 주제의식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것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자의식이 담긴 작품과 관련될 것이다. 그러한 자의식은 잔잔한 서정부터 강력한 이의제기까지 큰 폭의 내용을 담아낼 수 있게 할 것이다. 사적 영역을 공론화하는 이러한 주제는 이론적으로도 많이 연구된 부분이기도 하여 풍부하게 논의를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전시 주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림자 노동이라는 주제는 한국화 여성작가회가 한 번 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