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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자의 꿈-오 광 수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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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꿈

 

 

 

-한국화 여성 작가회전에 부쳐-

 

 

언젠가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거이 날아다녔네. 스스로 흡족하게 날아다니다보니 자신이 인간 장주인지도 몰랐지. 그러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 보니 분명히 누워 있는 게 바로 장주였다네. 그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꿈에 그가 된 것인지 몰랐다네.”

 

이는 장자의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대목이다. 장주가 꿈속에 나비가 되었다가 꿈을 깨자 도로 인간 장주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 경우, 장주와 나비는 일체이면서 동시에 별개가 된다. 장주의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라면 장주의 실체는 나비이고 나비가 인간 장주가 되는 거꾸로 된 상황을 예상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의 가능성은 인간이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꿈을 꾸지 않는다면 나비도 될 수 없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동물도 꿈을 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인간만큼 다양한 꿈을 꾸는 경우는 아마 없을 것이다.

 

예술가는 꿈을 꾸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다 꿈을 꾸지만 예술가는 잠을 자지 않고도 꿈을 꾸는 사람이다. 이것이 예술가의 특권이다. 밤에 꿈을 꾸지 않고도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다. 인간이 나비가 되는 것 뿐 아니라 온갖 대상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공중을 날아다닐 뿐 아니라 우주를 횡단할 수도 있다. 예술가들에게 주어진 이 같은 자유로운 상상의 힘이 없었다면 인간 사회에 예술이란 항목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인간 사회는 예술이 있어 풍요로우며 상상의 힘이 있기에 다채로울 수 있는 것이다.

 

한국화 전공의 여류 작가들로 구성된 한국화 여성작가회는 올 해로서 8회를 맞이하게 된다. 대개의 단체들이 어느 특정한 학교 출신들로 이루어진 화수회적인 성격이 태반인 점에 비해 이 단체는 그러한 출신별 구성을 일찍이 지양하고 전체 미술대학이 다 참여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한 것이 특징이다. 그럼으로 해서 상호 교류와 친목이 원활히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된다. 많은 여류 작가들의 모임 가운데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 내역을 보여주고 있는 이 단체의 힘도 이 같은 구성 요인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그룹의 성향이란 이념을 같이 하는 공동체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 단체는 통일된 이념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다양한 출신과 다양한 연령층으로 형성된 다소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의식과 더불어 한국화라는 공통된 장르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속에서의 통일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터이다. 그것은 상호 영향과 감화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장점을 안고 있다.

 

이번 전시를장자의 꿈이란 주제 하에 꾸민 것은 많은 다른 개별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어떻게 서로 견인하며 전체로서의 통일체를 이루어가는 가를 시도하기 위해서이다. 디지털 시대의 상상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역설적으로 동양의 오랜 고전인 장자를 끌어들인 것은 부박한 세태의 환상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대안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장자를 통해 오늘을 보는 예지의 장이 이 전시를 통해 구가되었으면 한다.

 

오 광 수 (미술평론가)